Top 35 오키 카구 소설 The 24 New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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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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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소설 번역 | 오키카구] 가게에 드나든다고 해서 엄마가 목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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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소설 번역 | 오키카구] 가게에 드나든다고 해서 엄마가 목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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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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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바편 이후의 이야기 미츠바편 스포 有 카구라 가족사 스포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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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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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빨리 결혼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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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빨리 결혼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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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 카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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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 카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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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그 여자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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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오키카구]그 여자네 집 내가 살던 거리는 가부키쵸로, 빈말로도 조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유흥가였다. 캬바레 여성들의 웃음소리와 취객들의 고함소리가 섞여드는 , 하지만 … 1 그것은 내 고향 에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폐허가 되어 버린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오 년 전의 에도는 실로 평화롭고, 유쾌했으며, 가난하고 팍팍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부대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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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그 여자네 집 본문

[오키카구]그 여자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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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히지/납량특집]스토커 上 – ─…▷ 소설작가 – ★은혼불사(銀魂不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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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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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히지/납량특집]스토커 上 -   ─…▷ 소설작가 - ★은혼불사(銀魂不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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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魂 오키카구 발렌타인데이가 아니지만 발렌타인데이 – ribseonの小説 – pi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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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魂 오키카구 발렌타인데이가 아니지만 발렌타인데이 - ribseonの小説 - pixiv
#銀魂 오키카구 발렌타인데이가 아니지만 발렌타인데이 – ribseonの小説 – pi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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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하나가 놓여져 있네 :: [오키카구] 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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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하나가 놓여져 있네 :: [오키카구] 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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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소설 번역 | 오키카구] 가게에 드나든다고 해서 엄마가 목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카, 구, 라.”

뻔하디뻔한 몰래카메라인가?

아니면 단순히 이름이 같을 뿐인 건가?

오키타 소고는 가부키초 종합 병원 복도에 서 있었다. 처음으로 별명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타이밍에.

일전에 양이지사의 테러로 제1번대에서 부상자가 생겼기에 대장으로서 주치의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다행히도 시간은 걸리지만 다 나을 수 있을 정도였다. 곤도 국장님도 마음을 놓을 것이다.

그럼 땡땡이나 쳐볼까, 하고 미로 같은 복도를 터덜터덜 걸었다. 그러다 저도 모를 새에 정말 길을 잃고 말았다. 출구로 나가려고 한 것이 길을 잘못 들어 입원 동에 들어 온 모양이었다.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끝 없는 복도와 생기 없는 미닫이문, 딱딱한 이름표가 늘어져 있다. 입원 동인가? 좋지 않은 곳으로 나와 버렸다.

‘…소쨩.’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 눈을 돌린 이름표에서 익숙한 글자를 발견했다.

‘카구라’

…걔 이름이잖아.

카구라의 꾀병으로 온 나라를 끌어들인 소동 때문에(팔 할 정도는 제 책임이었다.) 열렬한 반성을 촉구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또 꾀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마 진짜 아픈 건가?

“그럴 리가.”

지난주에만 해도 공원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걸 보았다. 아마조네스만큼 체력이 많은 것 같았다. 사냥이라도 가면 좋을 텐데. 햇빛에 약하다는 건 알고 있으나, 아직 장마도 끝나지 않은 초여름이었다. 더위를 먹진 않았을 것이다.

‘동명이인이겠지.’

발길을 휙 돌리고 몇 발짝 나아가다 멈췄다. 이름표 앞으로 잽싸게 돌아갔다. 몇 번을 다시 봐도 그놈의 이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시티브이… 없겠지.

형씨도 없다.

망설였지만, 확인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라면 사과하고 나오면 되는 일이었다. 가볍게 주먹을 쥐어 새하얀 문을 두드렸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말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 해.”

틀릴 수가 없는 확실한 답이 돌아왔다.

독실은 커다란 창문으로 안마당이 내다보여 밝았다.

책상 옆엔 손도 대지 않은 과일 바구니와 다시마 초절임이 장식처럼 있었다. 물어보니, 카구라가 해결사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건 사흘 전이라고 했다.

오키타는 침대에 누워 있는 카구라가 그렇게까지 야위지 않다는 것에 남몰래 안도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오키타에게 욕을 퍼붓지도 않았다. 부러 가라앉히고 있는 듯하다고 해야 할까, 목소리도 작고 패기가 없었다.

“차이나, 너 진짜 아프냐? 그런 낯빛하고. 어디가 아픈데?”

“음… 가슴? 지구인한테는 별것 아닌 먼지지만, 천인은 먼지가 폐 벽에 달라붙어 붓는다, 해.”

“흠… 형씨들은?”

“급한 일이 있다고 했다, 해.”

아마 당장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괴로워 보이는 카구라를 보고 있을 수 없었겠지. 그 완폐아 두 명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카구라가 갑자기 헉, 하더니 숨을 못 쉬고 그대로 몸을 떨며 심하게 기침했다. 얇은 몸이 부풀어 터질 것 같았다.

“숨 쉬는 게 엄청 아프고 열이 내릴 기미를 안 보인다, 해….”

열이 있는 것 치곤 얼굴은 꽤 하얬다.

흰 피부가 붉은빛 입술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마치 눈 위에 떨어진 동백꽃 같았다. 카구라는 그 꽃잎을 잠깐 찡그렸다.

“있잖아, 도 에스.”

그의 독특한 푸른 눈동자가 일렁였다.

“나 이제 죽는 거냐, 해?”

감추려는 눈썹의 희미한 그림자 사이로 오랫동안 병을 앓던 누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어떻게 알아.”

못 참고 시선을 돌렸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몸에 상처는 내 전문 분야다, 해. 그렇지만 병은 잘 모르니까 무섭다, 해…. 다른 사람들한테는 걱정 끼치기 싫어서 말도 안 꺼냈다, 해. 그러니까 네가 의사 선생님한테 좀 물어보고 와라, 해. 내가 죽는지, 안 죽는지.”

“뭐라고?”

“넌 물어볼 수 있지 않냐, 해. 나한테 진실을 말해줬으면 좋겠다, 해.”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홧김에 침대 다리를 걷어차니 쿵, 하고 생각보다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카구라의 손과 연결된 링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역류된 피가 튜브의 링거액을 붉게 물들였다. 소녀는 눈 하나도 꿈쩍하지 않았다.

“…안 해. 고작 사흘 입원한 거 가지고 그렇게 약한 소리 할 거면 그냥 콱 죽어버리지 그래?”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거칠게 병실을 나가려는데 카구라가 중얼거렸다.

“바이 바이다, 해.”

뒤를 도니 카구라가 정면을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마지막 작별 인사 같았다. 그게 너무나도 슬퍼서, 그날 밤은 히지카타의 저주 인형에 못을 박는 것도 잊어버리고 곤드레만드레 취해 잠이 들었다.

이튿날, 장마가 그쳤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 목소리의 근원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케이크 가게에 줄 선 과자 중에서 소다 맛 젤리를 골랐다. 식욕이 없기도 하고, 이 정도면 가뿐히 먹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몹시 망설이다가(실제로는 15분밖에 되지 않았으나 1년처럼 느껴졌다.) 꽃집에서 작은 꽃다발을 샀다.

‘뭐하러 왔냐, 해! 이 멍청아!’

욕먹을 수도 있다. 그만큼 기운 넘치게 받아 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문득 스쳤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로비를 가로질러 입원 동에 건너가, 모퉁이를 돌면 카구라의 병실이었다. 모퉁이를 돌았다. 복도 난간에 기대앉은 분홍 머리가 눈에 띄어 숨이 멎었다.

“차이나!”

짐이고 꽃이고 내팽개치고 달려갔다. 쿵쾅쿵쾅 복도에 울리는 구두 소리와 제 심장 소리가 시끄러웠다. 그런 소리에도 카구라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너 무슨 일이야.”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식은땀을 흘린 그 표정은 곤혹과 공포에 지배됐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오늘은 조금 기운을 차렸으니까 산책했다, 해. 그러니까….”

겁먹은 것처럼 이쪽을 바라봤다. 이해는 갔다. 상상 이상으로 다리가 약해져서 오래 걸을 수 없었다. 늘 야생동물처럼 뛰어다니던 카구라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당황하면 진다. 애써 별일이 아닌 척했다.

“계속 잤으니까 다리가 굳는 게 당연하지. 그나저나 어디 부딪히진 않았냐?”

“…응. 괜찮다, 해.”

“자, 그럼 병실로 돌아갑시다.”

오금에 손을 넣어 안아 들었다. 너무 가벼워서 당황했다. 원래 이렇게 가벼웠던가? 어제까지만 해도 싫어하는 사이였기에 순순히 안기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카구라는 조용히 제복 깃을 잡았다.

“너무 무리하지 마. ‘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콜린도 연습해서 걸을 수 있게 된 거잖아.”

“그건 또 뭐냐, 해. 명상 극장?”

“명작극장이거든. 그리고 차이나 씨, 그렇게 옷깃을 잡아당기면 목이 조입니다만?”

“조이라고 그러는 거다, 해.”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라면 대단하다.

침대 위에 카구라를 내려놓고, 복도에 내팽개친 병문안 선물을 가지러 갔다. 아니나 다를까, 젤리는 슬라임이 되었다. 그것을 접시에 담아 숟가락으로 뜨자 카구라가 웃었다.

“야, 이거! 도 에스 짓에도 정도가 있다, 해. 생긴 게 너무 징그럽다, 해. 이거 무조건 모자이크 씌워야 하는 비주얼이다, 해!”

“시끄러워. 너 때문에 내가 다 놀랐잖아. 그냥 먹어.”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해? 우웩, 내장을 먹는 것 같다, 해.”라고 말하면서도 삼 할 정도는 먹었다. 꽃다발은 무사해서, 적당히 굴러다니던 술병에 꽂아 넣었다. (이 병원, 술병이 굴러다니는데 괜찮은 걸까) 그러자 예상외로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

“엄청 예쁘다, 해…. 꽃은 처음 받아 본다, 해! 이거 무슨 꽃이냐, 해?”

“글쎄.”

“그럼 이건?”

“글쎄.”

“너 대체 아는 게 뭐냐, 해?”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때때로 카구라가 기침을 하고, 멎지 않을 때는 오키타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꽃향기 때문에 병실을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말은 자연스럽게 끊겼다.

“다음에 오기 전까지 조사해둘게.”

카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콜록, 하고 가벼운 기침을 할 뿐이었다.

오키타는 그로부터 사흘간 꼬박 문병을 왔다. 근무 중에 들르기도 했고, 퇴근하고 오기도 했다. 누군가 올 것 같으면 바로 돌아갔기에, 오키타가 자주 온다는 것을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카구라의 병세는 일진일퇴였다. 하루는 몸 상태가 괜찮아졌다가, 다음 날이 되면 다시 뜨거워졌다. 그것이 반복되었다. 그럴 때 주변에서 일희일비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본인이 제일 초조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오키타는 담담하게 굴고, 필요할 때만 손을 내밀었다. 이것도 환자를 다룰 때 익숙해진 버릇이었다.

카구라는 그런 오키타에게 고함을 치거나, 거부하고 어쩔 때는 한 마디도 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오키타는 병문안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비가 맑게 갠 무더운 오후였다. 오키타는 카구라의 등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귀가 따가운 매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흠뻑 젖은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주다 보면 카구라가 입을 열었다.

“너 진짜 나 좋아하는구나, 해….”

포기한 것 같은 말투였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살짝 웃었다. 여윈 어깨가 흔들렸다.

“어쩔 수 없으니 매일 오는 걸 허락해주겠다, 해.”

‘해’에 음이 높이 올라가 달콤하게 들렸다.

그날 밤, 테러 소동이 있어 많은 인원이 움직였다. 오키타도 지쳐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방심한 새에 칼이 스친 어깨가 삐걱댔다. 얼른 둔소로 돌아가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카구라의 얼굴이 매우 보고 싶었다.

“당한 거냐, 해? 풉.”

하며 그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어주길 바랐다.

저보다 젊은 패거리가 칼을 들고 달려오자, 단칼에 베었다. 반응과 동시에 피가 흘러 주위를 물들였다. 낯이 익은 풍경이었다.

이상한 이야기였다. 누님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 나나, 꽃다발을 들고 차이나의 간병을 하러 간 나와 한편으로는 낯선 사람들의 생명을 차례차례 빼앗는 나.

그 생명의 균형은 어디서 유지되는 걸까? 신이라는 놈이 있어서 이리저리 저울질해대는 것일까? 그래서 누님이 그렇게 일찍 죽은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오늘 한 살인 때문에 차이나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의 비약이 어처구니없었다.

뿜어져 나온 피로 끈적해진 손에 칼이 미끄러졌다.

“소고!”

히지카타의 바보 같은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온 순간 어깨에 한 방을 먹었다.

면회 시간은 끝난 지 오래였지만, 안면이 있는 간호사가 신경을 써주었다. 피비린내 나는 몸으로 병원에 있는 것은 꺼림직하게 생각하다가 독실로 얼굴을 내밀었다.

“차이나… 는 자고 있구나.”

열린 창문 틈으로 밤바람이 들어왔다. 카구라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느릿느릿 머리맡 싸구려 의자를 끌어당겼다. 의자에 앉자 다리에서 피로가 기어올랐다. 역시 피곤했다.

숨을 돌리다가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방이 너무 조용하다. 전등이 너무 밝다. 카구라의 잠자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정말 …누님의 죽은 얼굴 같았다.

반사적으로 침대 가끼이 얼굴을 댔다. 이불을 덮은 카구라의 가슴을 응시하고, 손바닥을 얼굴에 가렸다. …괜찮아. 숨 쉬고 있어. 안도한 나머지 침대에 손을 짚고 얕은 울음을 내뱉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구역질이 났다. 이런 게 트라우마일지도, 흐릿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키타.”

확 얼굴을 들었다. 어느 순간 눈을 뜬 카구라의 눈동자에 제가 떠는 모습이 비쳤다. …꼴사나웠다.

“갈게.”

침대에서 빼려던 손이 카구라에게 막혔다. 그 힘은 마치 건강할 때의 힘 같았다.

“할 말… 있어? 손 더러워진다. 오늘 한바탕해서.”

“오키타.”

카구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아이를 타이르듯이 일렀다.

“나는 안 죽어.”

숨을 죽였다. 얘….

“이 전까지만 해도 입원이 외롭고 힘들어서 다 글렀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해. 그런데 너, 내가 죽으면 이런 얼굴하고 있을 거다, 해. 이렇게 울겠지.”

“그….”

쉿.

모르는 새에 차오른 수분이 눈꼬리를 타고 내려 이불에 떨어졌다.

“나는 안 죽는다, 해. 어떻게든 나아서 너랑 결판을 지을 거다, 해. 그러니까 울지 마. 너는 그 오징어 먹으로 뱃속이나 검게 만들면서 기다려라, 해.”

잡은 손으로 맥이 뛰는 게 느껴졌다. 뜨거웠다. ‘계속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거야.’ 그런 강함이 전해졌다.

“그건 그렇고 너 어깨 다친 거냐, 해? 풉.”

환하게 펴진 얼굴로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너무나도 기뻐서 손을 꼭 잡았다.

“시끄러워. 공무원 깔보지 말아라.”

손을 꼭 잡으니 카구라가 하는 말이,

“더우니까 얼른 놔라, 해.”

쿨한 말투에 웃음이 터졌다. 이래야 내가 아는 차이나지. 웃으며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그런 일이 있었다.

“신파치, 카구라가 화났을까?”

“화났겠죠?”

“‘누구냐, 해? 아, 혹시 그 당분 덩어리하고 안경이 병실에 온 거냐, 해? 경비원 아저씨 도와달라, 해~!’라고 하겠지.”

“그럴지도 모르죠.”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긴토키와 신파치가 찌는 듯한 더위를 해치고 병원에 가고 있었다. 오늘에야말로, 오늘에야말로 계속 도망치던 카구라의 병문안을 더욱 미루면 안 됐다.

“신파치… 내가 욕먹는 것 보다, 걔가 약해져 있으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긴토키가 바르르 떨었다. 오타에가 해결사에 들린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출근 전 항상 병원에 간식을 들고 가지만 거의 들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엔 오타에가 만든 요리라며 그럴 수도 있다며 웃었지만, 사간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남긴다고 하여 안색이 파래졌다.

“그러니까 부탁할게요. 카구라를 만나는 게 두려운 건 알지만 이제 갈 때도 됐잖아요?”

오타에가 눈물을 훔쳤다. 그런 그를 보며 긴토키가 짧게 대꾸했다.

“알았어.”

신파치도 무릎 언저리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카구라가 먹지 않는다. 그것은 죽을 징조가 아닐까.

“여기서 마냥 걱정만 해봤자 아무것도 안 돼요. 우선 카구라 얼굴을 봐야죠.”

“그래. 평소처럼 행동해. 그리고 파치야 제발 저보다 먼저 가주세요.”

“댁이 최연장자잖아. 먼저 가야죠.”

엎치락뒤치락하며 병원의 자동문까지 지났을 때였다.

“뛰어라! 홈인이다, 해!”

들어오자마자 큰소리의 사이비 중국어가 들려 둘은 그대로 곧추섰다. 그 목소리는 로비의 대합실의 커다란 텔레비전 앞 소파에서 들려왔다. 힘을 주체 못 해 손발을 바둥거리고 있는 연중 꽃구경을 할 때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붉은빛 머리는….

“…저기 있는 고릴라가 카구라예요?”

지나가던 간호사를 불러 확인했다.

“아, 카구라 말이죠. 건강을 회복하고는 여기서 자주 티브이를 봐요.”

“예? 그렇지만 제대로 먹지도 않는다고 했는데.”

“아, 그건 말이죠….”

간호사는 키득키득 웃었다.

“멋진 남자친구가 음식을 가지고 와서 그런 게 아닐까요?”

“네?”

신파치의 안경이 산산이 조각났다.

“남자친구요?”

“네. 매일 문병 와서 과일도 깎아주고 걷는 연습도 하고… 그러고 보니 그 제복은 진선조였네요.”

긴토키의 흰머리가 투명해졌다.

“…혹시 별 개성 없는 사람이었어요?”

“아뇨.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마요네즈 중독?”

“아뇨. 별로 느끼한 냄새는 안 났어요.”

“고릴라?”

“아니에요. 오히려 왕자님 같은 느낌이었어요.”

“왕자라면… 서, 설마 도 에스?!”

때마침 자동문이 열리고 도 에스 왕자가 들어왔다. 그러나 긴토키와 신파치를 보고는 우아하게 웃으며 퇴장했다.

“야, 야, 야! 너 말이야!”

두 사람이 옆에서 어깨동무하고 오키타를 로비로 끌어왔다.

“아야야.”

“아야야, 가 아니라고 왕자님! 너 카구라 문병안 온 거야? 그것도 매일?”

“여기 그 망할 차이나도 입원해 있습니까? 처음 알았네요. 전 그냥 순찰 차 온 건데요.”

“아이고, 왼손에 든 그건 또 뭐야? 무거워 보이네. 호화로운 이 단 도시락이니까 무겁지. 문병 음식이냐, 아니면 카구라한테 줄 문병 음식이냐, 욘석아.”

“제 점심이에요. 요즘 식욕이 왕성해서요.”

“저기 오키타 씨, 카구라하고 사귀고 있나요?”

신파치의 오른편이 차갑게 얼었다. 오키타는 툭 답했다.

“…안 사귀어요….”

긴토키는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타에는 알고 있었던 거네. 여자의 눈물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정말로.”

긴토키가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병문안이랑 여러 가지로 아주 감~사합니다? 우린 날씨 때문에 못 왔는데 카구라도 덕분에 아주 건강해진 것 같고. 그냥, 뭐랄까.”

마음속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오키타를 바라봤다. 죽은 물고기 같은 눈이 무서웠다.

“누나 대신이야?”

“예?”

심장이 칼에 찔린 것 같았다.

대답이 없었다.

누나를 위한 시간과 마음의 공간은 광대하지만 빨리 사라져버려 공백에 빠졌다. 그곳에 차이나를 넣었다고?

손을 잡고 발걸음을 맞추고 도와줘야 하는 여자로서, 보호해줘야 할 존재로서.

그것을 이른바 대용이라고 한다.

“오키타 군, 알잖아. 약해졌을 때 잘해주면 어, 얘 나 좋아하나? 하겠지. 그러다가 엉겁결에 자기도 좋아하게 되겠지? 너한테 그런 마음이 없다고 하면…. 가혹한 거지.”

‘너 진짜 나 좋아하는구나, 해.’ 언젠가 들었던 카구라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

“어머나.”

해결사 식구들이 병원을 찾기 일주일 전 즈음, 비번인 오타에가 평소보다 일찍 병실을 찾았더니, 그곳에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침대에서 반나체인 몸을 일으켜 옷으로 가슴 언저리를 숨기는 카구라와 그 뒤에 서 있는 진선조 제1번대 대장 오키타.

왜 여기에 오키타가?

순간 덮쳐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절로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오키타의 팔뚝에 메인 수건과 머리맡에 있는 물바가지를 보니 상황을 알 것 같기도 했다.

“…아, 카구라, 등 닦았구나. 잘됐네.”

안도하고 웃지만, 처음부터 드는 위화감은 그대로였다. 오키타가 대야를 가지고 복도로 나간 사이에 카구라는 옷을 고쳐 입었다. 다시 병실로 돌아온 오키타는 수건을 활짝 펴고 창가에 있는 빨랫줄에 재빨리 널었다.

“난 이제 간다. 너 약 먹는 시간 잊어버리지 말고 잘 지켜.”

“응, 수고했다, 해.”

“타에 씨, 실례했습니다.”

“아, 네….”

오타에에게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갔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오늘… 정말 덥네. 카구라, 오키타 씨가… 자주 오니?”

음, 그렇다, 해,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주 오는 건가, 사흘에 한 번 정도다, 해.”

“그렇구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는 것은 아마 만나지 않게 시간을 맞춘 것일 테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시끄러웠지 않냐, 해?”

“아냐. 되게 상냥하네. 엄청 놀랐어. 카구라를 정말… 좋아하나 봐.”

대답하며 생각했다.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위화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니다, 해.”

정신이 없는 듯한 카구라가 중얼거렸다. 고개를 베개 쪽으로 숙였다.

“다르다니?”

“그 녀석 얼굴 봤지 않냐, 해. 저게 어딜 봐서 사랑에 빠진 남자 얼굴이냐, 해. 이런 일에 익숙한 간병인 같다, 해. 웬만한 사람 저리가라다, 해. 그래서 나도 ‘수고했다, 해.’라고 말한 거다, 해.”

…그래, 그거다. 그것이 오타에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였다. 대야를 치우고 물수건을 말리는 오키타의, 마치 의무를 수행하는 듯 멈추지 않는 손놀림. 표정을 깎아낸 것 같은 얼굴.

“그 녀석이 몰래 병간호하는 건 내가 아니다, 해. …그 녀석의 죽은 누나다, 해.”

카구라가 숨을 내쉬었다.

“오늘 자연스럽게 ‘더우니까 땀 흘렸을 거잖아. 등 줘 봐. 닦아 줄게.’라고 말하는 거 아니겠냐, 해. 마음 있는 여자에게 할 말이 아니다, 해….”

조금이나마 동요한 것이 후회됐다. 그래서 순순히 옷을 벗어 맨 등을 내주고, 오키타의 분위기를 보았다. 무방비한 몸을 보는 눈에 무언가 비치지는 않는지, 얼굴이 붉어지지는 않았는지, 손이 떨리지는 않는지.

이성의 앞에서 옷을 벗기는 처음이었다. 제 호흡이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슴 위에서 옷을 누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나 오키타는 평상시대로였다.

냉정한 손놀림을 끝내고 중간에 나타난 오타에 때문에 당황하거나 변명의 말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누나의 등을 닦아주는 데에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그러니까, 정말로.

그런 일이다.

“카구라…?”

카구라가 여름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당겼다. 오타에는 깨달았다.

카구라는, 오키타를.

말을 잇지 못하고 이불 위에서 카구라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오키타 씨에게 말해 둘게. 병문안 오지 말아 달라고. 잘 말해둘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러는 게 싫으면 곤도 고릴라한테 말해볼게. 그러니까….”

“안 된다, 해, 누님.”

카구라가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 여기 있을 때 엄청 좋아 보인다, 해. 표정은 없지만 알 수 있다, 해. 거절하면 낙담할 거다, 해…. 죽은 누나하고는 물구나무를 서도 못 만나는 거다, 해. 적어도 나한테 문병 오는 것 정도는 괜찮아질 때까지 해주고 싶다, 해.”

“그렇지만, 카구라!”

네가 힘들잖아.

조금 울 것 같았다. 그 시스콘에 눈치도 더럽게 없는 대장은 대체 소녀의 마음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14살짜리 애한테 어디까지 무리한 일을 시키려는 거냐고.

“난 아무렇지 않다, 해. 이제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해. 그 녀석을 돈 많은 하수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해! 아,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후후후, 하고 얼굴을 들어 올린 카구라는 울 것 같기는커녕 천사처럼 가련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누님….”

*****

오타에가 병원을 나서자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 색이 카구라의 머리색과 많이 닮았다. 갑자기 병실 창문 쪽이 흔들렸다. 카구라의 그 표정은, 덧없는 공기에 녹아내리는 샤베트 같은 미소였다.

‘나는 그 녀석을 쭉 만나고 싶다, 해. 그 녀석이 날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해.’

“글쎄… 결국에는 지구의 아빠가 출동할 텐데.”

****

‘너 진짜 나 좋아하는구나, 해.’

그 포기한 것 같던 목소리. …그놈은 내 눈이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차이나를 간병하면서도 마음은 늘 누님의 잔상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으니 매일 오는 걸 허락해주겠다, 해’

자신의 병 하나도 힘겨운 주제에 내가 올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주고, 옆에 머무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누님 대신에 ‘어떻게든 나을게.’라고 약속해주었다. 내 마음을 구해주려고 했다. …그 녀석

오키타가 허공을 응시했다. 그런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긴토키가 오키타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소이치로 군은 우리 카구라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대답에 따라서 더는 못 만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 긴 쨩!”

모두가 되돌아보니 소파에서 일어난 카구라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았다.

“카구라!”

“계속 못 와서 미안했어, 카구라!”

“긴~~~쨩!”

“긴 씨말고 나도 있거든?! 카구라?”

카구라는 기쁜 듯 등받이를 뛰어넘으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오키타는 갑자기 그것이 눈부시게 느껴져 눈을 감았다.

차이나. 솔직히 누님의 대용이라든가 그런 건 모르겠어. 그래도 네가 해준 것들, 해주려고 했던 것들이 전부 느껴져서 너무 아파.

“오키타!”

쾅.

“으… 아아아악?”

큰 충격에 눈을 뜨니 명치에 카구라의 돌머리가 제대로 맞았다.

…어째서?!

참지 못하고 냅다 뛰어 자동문에 허리를 강타했다. 통증이 관통하는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조신하게 앉게 되었다.

“너, 너 날 죽일 셈이냐?”

너는 지금 형씨한테 얼싸 안겨 있어야 할 흐름이었잖아?! 뭐야 이 취급은. 내 독백 돌려줘.

금강신처럼 우뚝 서 있는 차이나가 겸연쩍게 웃었다.

“오키타! 나 드디어 내일 퇴원한다, 해! 후후, 약속 지켰다, 해! 어떠냐, 해.”

엥.

“…퇴… 원…?”

“응, 퇴원.”

“퇴원이라면….”

“다 나았다, 해. 이제 더는 문제없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해.”

“다 나았다고?”

“응. 아, 네 간호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해. 아주 쪼끔 이지만. 대부분은 이 카구라 님의 경이로운 회복력 때문이다, 해!”

쑥스러운 듯 코 밑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만면에 우아한 미소를 보였다. 이 여자는 정말…, 정말 강하고 예뻤다.

“그렇… 구나.”

뚝 물이 떨어졌다.

어라? 이상하게 또 눈물이 났다. 멈출 생각이 없었다. 요즈음 눈물샘이 헐거웠다. 그건 차이나에 관한 일일 때에 한해서였지만 말이다.

“오키타?”

고개를 숙인 오키타를 수상하게 생각했는지 차이나가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춰 왔다.

아, 들키겠다.

또 우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서둘러 카구라를 제 가슴팍 쪽으로 끌어당겼다. 소녀의 몸이 잔뜩 긴장되어 도망치려 했다. 개의치 않고 다른 손으로 안으면, 닿은 부분에서부터 솟구치는 안도감에 한숨이 흘렀다. 눈을 감고 말을 짜냈다.

“잘했어, 카구라.”

느껴져서 아프고, 사랑스러웠다.

지금 제 팔에 안겨 있는 이 사람은 절대 누님이 아니었다. 카구라라는 이름의 14살 소녀였다. 눈물샘이 후들후들 떨리며 생각을 빼앗아가려 했다.

“…푸핫.”

“왜, 왜 웃냐, 해! 힘드니까 떨어져라, 해, 도 에스!”

“안 떨어질 건데. 평생 내 가슴에 얼굴 묻고 살아.”

“뭣, 아니, 그게, 무슨 뜻….”

“얼굴 들지 말라니까.”

카구라가 머리를 숙였다.

“…네 심장이 쿵쾅쿵쾅거린다, 해.”

“시끄러워.”

“너 손에 땀 난다, 해.”

“시끄럽다니까.”

“맨 등 봤을 때는 별 반응 없었던 주제에….”

“맨 등?”

오키타가 멍청히 되물었다. 이번에는 카구라가 히죽히죽 웃어댔다.

“아무것도 아니다, 해.”

그리고는 옷깃을 꼭 붙잡았다.

“너 진짜 나 좋아하는구나, 해.”

로비의 소파 뒤.

“긴 씨, 뭐 하세요?”

“보면 모르냐? 도시락 먹고 있잖아.”

“오키타 씨….”

“아, 진짜, 보면 알잖아. 오타에가 신경 쓸 필요까진 없었던 거야.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도시락 먹고 서둘러 자리를 피해 주는 것밖에 없어. 내 말이 틀리냐?”

“그렇네요…. 제가 이층 먹을게요.”

“자.”

“이층은 왜 밥밖에 없어?!”

한물간 여름 바람이 불었다. 햇볕도 적당히 내리쬐고, 하늘은 물감을 갓 칠해 놓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 녀석은 오늘 분명히.

순찰을 끝내고 공원으로 향했다. 벤치가 조금은 그리웠다. 요 며칠 동안 들리지 않았던 탓에 지정석에선 꼬맹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리며 놀고 있었다. 오키타는 삑 삑 호루라기를 불었다.

“야, 너희들 그 벤치 어서 비워.”

“뭐라는 거야. 여기 내가 먼저….”

“난 너희를 생각해서 말해주는 거야. 마을에 그 여자애가 돌아온다고.”

오키타가 짐짓 무서운 얼굴로 고했다. 그 소리를 들은 꼬마들이 술렁거렸다.

“헉 서, 설마 그.”

“맞아…. 차이나가 와.”

다시마 초절임녀가 온다! 시큼한 사람이 와! 하며 소리치는 꼬마들이 앞다투어 도망갔다. 오, 역시 자칭 가부키초의 여왕이네.

빈 벤치에 앉아 자주 쓰는 안대를 썼다. 언제라도 와라, 안하무인 차이나 걸. 뒤통수에 손을 겹쳐 놓고 꾸벅꾸벅 졸면, 곧이어 들뜬 발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딱 제 앞에서 멈추고, 예쁜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 에스, 거긴 내 자리다, 해.”

히죽히죽 웃어주었다.

“아이고야, 몰랐네. 정 앉고 싶으면 날 비키게 만들든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냐, 해?”

그리고 일 초 후에 안대를 들어 올리면 전투 개시였다.

카구라는 벤치 밑에 품에 안을 수도 없을 만큼에 꽃다발이 준비 돼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른다.

그리고

안대를 쓴 오키타는 한껏 멋을 부린 카구라가 지금 바로 그 입술에 키스하리라는 것을 아직 모른다.

빨리 결혼해줘

“카구라쨩~ 너한테 편지가 왔는데?”

신파치가 해결사 사무실에 들어오며 카구라에게 하얀 편지 하나를 내밀었다

뭔가 싶어 잽싸게 편지봉투를 낚아챈 카구라는 편지 한 귀퉁이를 쫘악 찢더니 봉투안에 든 것을 꺼내들었다

“뭔데 공짜 파르페 먹을 수 있는 쿠폰이냐?

그런거라면 이 긴씨에게 넘겨라 카구라쨩

딱히 내가 쓸건 아니고 너의 보호자로써 잘 맡아두려는거 뿐이야

….어이 듣고있냐”

영 반응이 없는 카구라에 의자에 푹 눌러앉아 하릴없이 점프 잡지나 펄럭이던 긴토키가 일어났다

아침밥 먹은지 어언 2시간 만이었다

“카구라쨩? 뭔데 그래?”

편지를 쥔 카구라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의 진동은 점차 온 몸으로 퍼지다니 급기야는 해결사 사무소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야야야야야야야

뭐야뭐야뭐여 저거!

신파치 저 편지뭔데!!

이러다 집 무너진다고?!

아 무너지면 집세는 안내도 되는건가?

더 떨어봐 카구라!

음악이라도 틀어줄까?”

“뭔소리를 짓껄이는거에요 긴씨!

집세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거처가 없어지는거라고요!

머리통에 대체 뭐가 든거야 당신이란 인간은!!”

점점 커져가는 진동에 중심을 못잡고 긴토키와 신파치가 힘없이 사무실 공간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 책장 한구석에 처박아둔 점프의 세례를 받은 긴토키는 몹시도 감복했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점프 무더기 앞에 엎어져 버렸다

“카카카 카구라쨩!?!?!

이제 그만두자?!아니 대체 그 편지가 뭔데 그러는거야?!!”

“이 사디스트 새끼가!!!!!!!!!!!”

사무실이 떠나가라 카구라가 사디스트를 외치자 신파치가 두 귀를 틀어막았다

카구라의 진동은 멈춰 더이상 사무실이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꽤액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두 귀와 창문이 남아나질 못했다

싸구려 유리 창문은 가엽게도 그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장렬히 쨍그랑하고 전사하고 말았다

“…..난 병신조에 좀 갔다와야겠다,해…”

“에? 병신조? 진선조 말하는거야?”

“그렇게도 부르지…”

카구라는 연장…아니 우산을 챙겨들고는 손에 쥔 편지를 우악스레 꾸겨서는 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무언가 심상치않은 분위기에 긴토키와 신파치는 그저 손만 흔들어 줄 수 밖에 없었다

해결사를 나온 카구라는 잔뜩 구겨서 쭈글해진 편지를 다시 꺼냈다

꾸깃한 편지엔 To.나의 아내님이라 적혀있었고

마지막엔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오키타 소고가 5년전의 너에게라 적혀 있었다

“말도…안된다,해…!내가….이 내가…카부키쵸의 여왕인 내가…”

“뭐가 말이 안되는데?”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해 우산을 겨누었다

하지만 상대를 확인한 카구라가 우산을 손에서 떨구자 과연 만든 그 제질이 실로 궁금해지는 우산에선 육중한 소리가 나더니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콜록거리는 오키타가 흙먼지를 방패삼아 도망가는 카구라를 뒤쫓았다

둘은 한참이나 술래잡기를 벌이더니 마침내 오키타가 자주 땡땡이 칠때 들르는 공원에서 대치했다

“오,오,오,오지…오지 마라,해!

이 사디스트!!!!”

길 잃은 동공이 갈피를 잡지못하고 허공을 노려보자 오키타는 입꼬리를 쭈욱 올리더니 한걸음 한걸음 카구라를 향해 다가갔다

“오…오지 말라….해…”

“반응을 보아하니 너도 받은 모양이네?

5년후의 나한테서”

라며 오키타는 카구라가 받은 것과 비슷한 편지를 꺼내들었다

“난 또 니가 나 골려주려고 그런건가 싶어서 무슨 낯짝으로 그런 앙큼한 짓을 버렸을까 하고 구경왔는데…

아무래도 지금의 너가 보낸 편지는 아닌가 보네”

오키타의 얼굴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시뻘개진 얼굴로 카구라가 오키타를 째려보자 오키타는 상큼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편지,보여줘

5년후의 내가 어떻게 미치면 너같은 차이나걸이랑 결혼을 했는지 믿기지가 않아서 말이야”

“내,내가 어때서 그러냐,해!

너같은 도S재수탱이 체리보이보단 백배천배 낫다,해!”

카구라가 씩씩거렸으나 오키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카구라 손에 들린 편지를 빼앗았다

“내놔라,해 사디스트!”

놀란 카구라가 빼앗긴 편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이미 편지봉투는 오키타의 머리위에 햇빛을 받아 그 속에 삐딱하게 들어간 편지를 보여줄 뿐 닿지 않았다

“그 짧은 팔로 뭘 하겠냐

자,내가 받은 편지다 한 번 읽어나 보라고

니가 뭐라고 적었는지 보면 니 얼굴이 어떻게 짜부러질지 참 궁금하거든~”

오키타는 빼앗은 편지 봉투는 여전히 제 머리위로 든 체 제가 받은 편지를 품 안에서 꺼내 카구라의 손에 쥐어주었다

편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구라는 아직까지도 발간 얼굴로 망설이다 이내 공원 벤치에 앉았다

그러곤 이미 뜯긴 편지봉투를 열어 그 안에 든 편지를 꺼냈다

To.내 남편이 될 오키타 소고

잘 지내냐 소고

5년전의 너라면 아직도 미츠바 누님을 생각하며 눈물콧물 질질 짤때인가

편지에 까지 ~해를 적진 않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다 안다구 이제 난 니 부인인걸

우리가 결혼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때를 생각하면 우주를 상대로 x알 빠지게 싸웠던 때보다 더 힘들었던거 같다

긴쨩이랑 망할오빠에 망할아빠가 지랄지랄 개지랄을 틀어서 말이야

그래도 우린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애까지 생겼다

참고로 속도위반이라 너 세사람한테 엄청 깨졌었다

둘째 못가져 볼뻔했다고 ㅋㅋㅋ

아무튼간에 이 편지를 쓰게 된건 우리 애기 때문이다

이 애가 벌써 2살이 되어서 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자기는 왜 동생이 없냐고 하지 뭐야

이제와서 둘째를 가져도 10개월이나 걸리고 다리 밑에서 애를 주워올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야

그러니 너네 지금 결혼해서 애 좀 낳아라

그래야 우리 베이비가 외롭지 않게 지금쯤 이쁜 동생이랑 같이 커가지 않겠…

카구라는 중반까지만 읽고 편지를 잔뜩 구겼다

그러곤

“에헤 이 편지같은 새끼

그 우라질 면상을 보아하니 너 새끼 나한테 앙심이 있는거지?아앙!?

어떠냐 라이터에서 나오는 이 푸.른.불.꽃이

뜨겁지?어엉?!”

라고 떠벌대며 편지에 라이터를 들이밀고 있었다

편지에 불이 붙기 직전 오키타는 몸을 날려 편지를 날려버렸고 가까스로 편지를 지켜낼 수 있었다

땅에 떨어진 편지를 주워 흙먼지를 탁탁 털어낸 오키타는 한심하다는 듯 눈을 흘겨보였다

“편지한테 뭐하는거야 망할 차이나

우리가 아직 결혼한것도 아니잖아?”

결혼이란 말에 귀 끝까지 새빨개진 카구라가 오키카에 달려들었다

“안할거다 안할거다,해!

누가 너같은 치와와 사디랑 결혼을 한다고….

근데 왜….”

이렇게나 심장이 뛰는지

미래의 너와 나는 어떤 모습일지

우리들의 아가는 어찌 생겼을지

궁금해지는걸까

“근데 뭐?”

“아 아니다,해!”

흥!하고 크게 콧방귀를 낀 카구라는 오키타 손에 들린 제 편지를 낚아챘다

“아무튼 다행이다,해!

이제 이 편지덕에 협박을 당하더라도 너 같은 동정새끼랑 결혼은 하지 않을테니 말이야!

너랑 하느니 신파치의 김 낀 안경이랑 할거다,해!”

“헤에~다른 남자를 언급하다니 베짱한 번 크네

우리 차이나”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떨군 카구라에 오키타가 카구라의 시선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그래서 앞으로 어쩔건데?”

오키타의 물음에 카구라는 숙인 고개를 다시 치켜 세웠다

야토족 특유의 창백할만큼 흰 피부는 새빨갛게 물들어 다른 종족인가 싶을 정도였다

“다른거 없다,해!

난 계속 평소처럼 지낼거다,해!

단 멍청이 치와와랑은 절대 안 마주칠거다,해!

그런줄 알고…난 간다!”

바닥에 널부러진 우산을 주워 든 카구라는 공원을 서둘러 뜨려고 했으나 제 손목을 낚아챈 오키타에 그러질 못했다

“뭐하는거야! 놔라,해!”

오키타는 잡은 손목을 물끄러미 보고는 슬며시 잡은 손목을 빼내곤 깍지를 끼었다

더더욱 붉어진 얼굴로 당황하는 카구라에 오키타는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네

뭐 늘 귀여웠지만

“그렇게는 안되지

난 드디어 확신을 얻었는데”

깍지 낀 손을 카구라의 눈 앞까지 들어올린 오키타는 카구라의 눈을 바라봤다

푸른 청빛의 눈동자는 마치 심해의 그것과 같아서 보고 있노라면 빠져드는거 같았다

“무무무무 무슨 뜻이냐,해!!

그리고 쪽팔리니까 이거 놓고…”

“니가 날 차지 않을 확신

우리가 결혼해서 —-해서 —–도 하고 —-해서는 애까지 낳을 수 있단 확신

니가 날 좋아하고 내가 널 좋아한다는 확신”

오키타의 눈빛은 전에 없이 진지했다

전장에 나가기 전에 임하는 한 무사의 모습이었다

오키타의 그런 모습에 카구라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니가 어떻게 아냐,해…

무슨 근거로…”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카구라가 조심스레 오키타의 눈을 바라봤다

깍지를 끼지 않은 손으로 카구라의 붉은 머릿칼을 매만진 오키타는 살며시 그 머릿칼에 입술을 갖다대었다

“너 진짜 멍청하구나

편지 읽었잖아?

그 프로포즈가 지금 이때라고

바보 차이나”

혀를 베에 하고 내미는 오키타에 약이 잔뜩 오른 카구라가 달려들었으나 오키타가 한 발 더 빨랐다

다른 한 손으로 카구라의 허리를 감싸안은 오키타가 순식간에 카구라에게 입을 맞췄다

“좋아해,카구라”

+++++++5년후 오키타가 현재의 카구라에게 보낸 편지 일부++++++

To.나의 아내님

잘 있냐 카구라

아 그때쯤엔 아직 차이나라 부를때인가

나는 지금 너한테 엄청 책 잡혀서 편지 쓰고 있다

우리 아들놈이 누구를 닮았는지 눈치를 밥 말아 쳐드셔선…

결혼을 빨리 한다고 애가 빨리 생길거 같진 않은데 말이지

뭐 어차피 우리 속도위반이라 형씨랑 니네 바보오빠랑 아빠한테 엄청 밟혔거든

니 남편 죽는 줄 알았다고

아무튼 편지 쓰는 김에 말해두지만 공원에서 내가 너한테 프로포즈 했거든

근데 영 프로포즈 받는 여자의 차림세가 아니어서 말이야

그거 신경 좀 쓰라고 말이다

사람 패지말고…

어쨌건 너,지는거 끔찍하게 싫어하니까 내가 먼저 고백했으니까 차지나 말아라

그만큼 내가 너 많이 좋아한다고

제발 알아주라

내가 너보다 먼저 좋아했고 먼저 고백했으니까 졌다고 분해하지 말라고

나야 뭐 진건 분하지만

이제 넌 내꺼니까 괜찮아

*****이하 중략*****

결론은 빨리 결혼해줘

그만 튕기란 말야 바보차이나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오키타 소고가 5년전의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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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카구]그 여자네 집

1

그것은 내 고향 에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폐허가 되어 버린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오 년 전의 에도는 실로 평화롭고, 유쾌했으며, 가난하고 팍팍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부대끼고 살아가는 곳이었다. 내가 살던 거리는 가부키쵸로, 빈말로도 조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유흥가였다. 캬바레 여성들의 웃음소리와 취객들의 고함소리가 섞여드는 , 하지만 어울리지 않게도 내 어린 시절을 품어 주던 요람이었다. 그리고 그 거리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던 사람 또한 꽤나 많았는데, 그 중에 천인은 딱 한 명이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카구라였다. 언제나 보라색 우산을 쓰고 괄괄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던 말괄량이였는데, 눈동자는 파란 보석 같았고, 피부는 정말 새하얬다. 어떻게 하면 그 하얀색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눈보다 더 맑고 매화보다 더 보드라운 색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에도에는 무장 경찰도 있었는데, 지금은 양이당이 되어 버린 신센구미이다. 그 신센구미에도 소년이 한 명 있었다. 이름은 오키타 소고. 검의 천재이고 1번대 대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년을 그렇게 기억하는 내 또래들은 거의 없다. 언제나 사고 혹은 땡땡이나 치고 다니는 사디스트 왕자, 세금 도둑. 소년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 때 우리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질려서는 아니꼬운 눈으로 그를 보고는 했다. 카구라도 오키타를 싫어했다. 매일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서로를 쥐어뜯으려고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둘 사이엔 증오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감정이 얽혀 있었던 것이다.

이 둘이 갑자기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얼마 전의 일 때문이다. 백저白詛에 걸려 병원에 있는 친구의 병문안에서 돌아오던 도중, 한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오키타와 만났다. 소년은 청년이 되어 있었고,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나와 오키타는 많이 친하지는 않았지만, 카구라를 사이에 두고 얼굴은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가 나에게 술을 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키타는, 많이 취한 상태였다. 헤실거리며 가끔씩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모습이 평소와는 너무도 달라 웃음이 새어나오곤 했다. 그리고 오키타는 이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카구라와 연락하냐는 것이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고, 실제로 카구라와 요 몇 년간 연락한 적이 없었다. 오키타를 만나기 전까지는 잊고 있던 마을 친구이기도 했다. 카구라는 일 년쯤 전에 아버지를 따라 에일리언 헌터가 되기 위해 우주로 떠났고, 가끔씩 가부키쵸에 돌아온다는 소문만 무성했었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카구라를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그리고 그는 벌개진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잖냐. 나는 솔직한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오키타는 오래된 이야기를 나에게 주절주절 풀어놓기 시작했다.

2

오키타와 카구라는 거의 라이벌 관계였다. 그 둘이 속해 있는 해결사와 신센구미의 구도가 그랬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두 사람의 보호자 격인 귀신 부장님과 긴토키 씨도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렸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키타와 카구라는 꽤나 유명인사였다. 특히 열아홉의 나이에 신센구미의 돌격대장을 맡고 있는 오키타는 아닌 듯 그런 듯 동네 소년들의 은밀한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카구라는 남녀의 차이와 나이의 페널티도 무시한 채 오키타와 동격으로 싸우는 실력자였다. 어쩌면 한 쪽 혹은 두 쪽 다 진심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당사자들은 몰라도 주변인들은 둘 사이에 도는 미묘한 감정을 알아챘다. 오키타와 카구라는 가끔 타의로 붙어있곤 했다. 둘은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특히 두 사람을 이어주고 싶어 안달이 난 건 주로 신센구미 쪽이었던 모양이다. 긴토키 씨는 그래뵈도 딸바보 기질이 있어서 절대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주위가 너무도 밀어주게 되면 오히려 당사자들은 별 관심이 없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오키타는 그런 어른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카구라가 무심코 흘리듯 말한 배 위에서의 “그럼 내가 데려가 주지” 사건은 꽤 오랜 시간 거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결혼식 날짜가 언제냐는 남자아이들의 짖궂은 질문에 카구라는 진심을 다해 그들을 후려치곤 했다. 그런 사디스트 자식에게 시집갈 바엔 평생 혼자 살겠다면서. 하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 카구라의 귀가 새빨개져 있다는 사실을.

가부키쵸 1번가 꽃집 앞 스낵바 윗집. 해결사 긴쨩이라는 간판이 걸린 그 집은 카구라가 꽃 같은 열아홉까지 살던 집이었다. 오키타는 순찰을 돌 때면 그 곳에서 급격히 발걸음이 느려지고는 했다. 벚꽃이 지붕을 스치는 그 집을 보며 오키타의 마음은 봄바람처럼 흔들렸으리라. 꽃잎보다 선명한 빚깔의 머리카락을 떠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렸을 오키타의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더운 여름, 긴토키 씨가 준 용돈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아름 사 들고 친구들에게로 돌아가던 나와 카구라 앞에 오키타가 나타났을 때에, 카구라는 아무 말 없이 아이스크림을 하나 건넸고, 오키타 또한 말없이 홱 하고 받아들었다. 여름이었던 탓일까? 두 사람의 얼굴은 정말로 빨갰다. 겨울이면 눈덩이를 뭉쳐 눈싸움을 잘만 하다가도 눈덩이를 얼굴에 맞고는 화가 나선 눈밭 위에서 구르며 서로를 못 집아 먹어 안달인 듯이 굴었다. 그럼에도 서로를 피하지는 않았던 것이 참 그 아이들다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그 다음 봄이 왔다. 긴토키 씨가 사라지고 세 달이 되어 가는 날이었다. 벚꽃은 만개했다. 가부키쵸에도 싱그러운 봄바람이 불었다. 나는 긴 후리소데를 입고 벚꽃놀이를 나왔다.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도중, 벚꽃잎이 떨어지는 골목길 한쪽에서 카구라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서럽게도 우는 카구라의 앞에는 오키타가 있었다. 나는 놀라서는 골목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카구라의 울음소리에, 오키타는 그 달콤한 다홍빛 머리카락 위로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오키타는 카구라의 이마에 말없이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의 모습은, 지금껏 잊지 못할 정도로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그제서야 실감했다. 아, 저 둘은 사랑하고 있구나.

오키타는 그 날 밤의 포장마차에서 나에게 고백하듯 말했다. 카구라를 좋아했다고. 카구라가 너무도 좋아서, 꽉 쥐지 않으면 날아갈 것 같고, 꽉 쥐면 다칠 것 같아 전하지 못했다고. 오키타는 테이블에 엎드렸다. 나는 아무 말도 않고 오키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꽤 전에 들었었다. 카구라는 발그레한 볼로 나에게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전부를 내놓더라도 꼭 함께했으면 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그의 이름을 물었고, 카구라는 오키타 소고를 좋아했다. 결국 카구라는 지구를 떠나고 말았지만.

오키타는 자신으로써는 카구라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카구라 또한 그랬다. 둘은 그런 것들이 너무도 익숙한 아이들이었다. 자신이 불결하고 더럽혀진 사람이라고 단정짓고 사는 게. 마음은 닿지 못했다. 카구라와 나는 열아홉이 되었다. 카구라를 처음 만나던 오키타의 나이였다.

3

언젠가, 카구라는 아카시아 꽃에서 아카시아 껌 향기가 난다고 말했다. 석양빛 아래에서 그네가 두어 번 흔들렸다. 오키타와 한바탕 싸우고 난 직후였다. 카구라는 짜증이 덕지덕지 붙은 표정으로 땅을 덕덕 긁었다.

-그 사디 자식, 정말 귀찮다 해!

-하지만 카구라, 오키타와 꽤 친하잖아.

-내가? 그럴 리가 없잖냐, 해!

-사실은 싫어하지 않지?

-으윽, 어쩔 수 없지. 소요쨩 다음으로 카쨩에게만 말해 주는 거다, 해.

나는 사디가 좋아.

곱게 피어난 아카시아 꽃 아래에서, 그 꽃잎 같은 볼로 나에게 한 그 고백을 잊을 수가 없다. 솔직해지자면, 나는 두 사람이 부러웠다. 한 걸음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었는데. 한 번만 더 손을 뻗었다면 닿을 수 있었는데. 너희는 서로가 서로에게 불행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희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도 있었다. 그 누구도 불행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너희는 연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나도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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